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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횡설수설

'세계 인명사전'의 허영심 마케팅에 이용당하는 순진한 연구자가 되지 않는 방법

by fermi 2010. 9. 8.
오랜만에 항공우주연구소의 홈페이지에 들어갈 일이 있어서 방문을 하였다가 첫 화면에 눈에 띄는 뉴스 리스트에서 익숙한 뉴스를 보았다.


뉴스의 제목이 모두 보이지 않아 '더보기'를 클릭하였더니 역시나 Marquis Who's Who 등재 및 IBC의 Top 100 Scientist 수상에 대한 뉴스였다. (특정 연구기관이나 특정 연구자의 의도와 무관한 내용이므로 사진과 이름을 가렸습니다.)


"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스 인명사전,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 IBC, 세계 3대 인명사전 등재 ", 이런 문구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주요 일간지 및 공중파 방송사의 뉴스 부터 지방일간지, 각 연구기관, 대학의 홍보란과 홈페이지에서 쉽게 볼 있다.

구글 뉴스 검색 을 클릭하면 최근에 보도된 세계인명사전 등재와 관련된 뉴스들을 볼 수 있다.
구글 뉴스 Archives 에서 최근 수년 동안의 뉴스에 보도된 세계인명사전 등재와 관련된 뉴스들의 추이를 볼 수 있다.


많기도 하지.... (공중파 방송(SBS)에서도 보도를 한 적이 있다.)

본인도 학생 시절에는 신문에서 모 교수가, 또는 모 연구원이 세계 3대 인명사전 가운데 하나인 뿅뿅뿅에 등재되었다는 뉴스를 보면, 오... 대단하다 내지는 멋진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그게 뭔지 잘 몰랐을 뿐더러, 세계 3대 인명사전 이라는 말이 뭔가 있어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여전히 본인이 학생일 때 선배 연구자가 Marquis Who's Who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 멋지다 부럽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근데 왜? 내지는 그럼 내 교수님은? 또는 더 유명한 사람들은 왜 등재되었다는 소리를 못들었을까... 라는 의문을 잠깐 갖기도 했었지만, 밀려오는 졸업에 대한 부담과, 박사논문연구의 스트레스로 이런 궁금증 쯤이야 한 시간도 가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본인이 미국에서 Post-doctoral fellowship (우리말로 하면 좀 어색하게도 박사후 과정 쯤으로 번역되어 참 없어보인다. 근데 사실 포닥은 그냥 포닥이다. 그래도 fellowship은 어디선가 proposal을 내고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서 선정이 된 나름 괜찮은 포닥이다.) 을 하고 있을때 눈이 똥그래지는 편지를 받았으니, 바로 Marquis Who's Who에서 온 편지...

이 편지의 내용인 즉, 당신의 우수한 업적과 성취를 축하여며,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의 다음년도 판에 등재 후보로 선정이 되었으니 biography를 기재하여 보내면, 심사후에 최종 등재자를 선정하여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순진하다기 보다는 대충 낌새는 챘지만 그래도 연구실적과 업적에 한참이나 목말라 있을 시절인 post-doctor 였던 나는 오~ 미국에 와서 논문도 발표하고, 출장도 자주 다니고, 유명한 사람도 많이 만나고 했더니 이것들이 나도 쫌 알아 주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기뻐서 열심히 (그들이 요구하는) 위인전에나 나올 법한 정보들을 적어서 보내고 그해 가을 최종 등재자로 선정되기를 내심 기다하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그 해 가을 당신이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의 다음년도 판에 최종 등재자로 선정되었으니 축하한다는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국제 저널의 논문 출판들은 소식이 없고 뭐 하나 기쁜일들이 흔치 않은 시절에 이런 소식은 솔직히 아주 조금 기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장 외에도, 멋진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상패, 크리스탈로 멋드러지게 만들어진 기념품들을 주문할 수 있는 주문서와,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인명록을 주문하는 주문서가 들어있었는데 양장으로 제본된 고급 버전은 가격이 대략 US$500 가까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침 미국생활에 금전적인 여유로움도 없고, 허영심 마케팅이라는 말을 얼핏 들어본 적이 있고 내가 그렇게 유명한가? 라는 의심도 약 3초간 했던지라, 혹시라도 이놈들이 돈을 안내면 등재를 해주지 않는지 궁금하여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딸랑 무료 상장만 주문한 US$0 짜리 주문서를 우편으로 보냈다.

그래도 그 다음해의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가 되었고, 무료로 상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매년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에도 등재가 되었고, 언제 부터인가는 Marquis Who's Who in America 에도 등재가 되었고, Marquis Who's Who in Science and Engineering 에도 등재가 되었다.

이쯤 되자 허영심 마케팅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서 Marquis Who's Who는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 생각해보았다. (나같은 사람은 뭐하나 사주는 것도 없으니...)

그러다가 언젠가 IBC (영국 소재 국제인명센터, 한국 언론에서 말하는 세계3대인명사전 중 2개가 바로 Marquis 와 IBC) 에서 비슷한 편지를 받고, 등재되고 뭐 이런 절차를 거치다가, IBC 에서 세계 100대 과학자 Award, 세계 우수 교육자 Award 에 선정 되었다라는 등의 편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조금 달랐다. 문제는 이런 Award는 모두 돈을 지불해야 수상이 된다는 점이다. 고급 호텔의 행사장에서 근사한 상패를 수여 받는 행사에 참석해서 상을 받는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금액에 따라 행사장에 직접 참석하는 옵션, 비교적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상만 받는 옵션 등 다양한 주문이 가능한 주문서가 동봉되어 있다.

물론 IBC나 Marquis는 (적어도....) 아무나 돈을 준다고 돈을 주는 사람 모두에게 상을 주고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를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등재도 되어 보고 수많은 주문서 (주문은 한번도 하지 않았지만) 를 받아보았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엄연히 마케팅의 일종이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영업행위라고 생각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러한 세계인명사전의 등재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인정받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점이다. 즉, 어느 대학이나 연구소에 이력서를 제출할 때, 혹시 사람을 잘 못 만나면, 세계인명사전등재 이거 뭐야... 이런 소리 나온다는 거.. (특히 미국에서 주의...)

본인도 박사를 갓 받은 애송이 과학자 시절에는 resume에 자랑스럽게 Marquis Who's Who 를 기재하였으나, 미국에서 Boss가 이건 뭐냐~ 식의 반응을 본 이후로 급삭제...

또 하나, 세계 3대 인명사전 이라는 말을 언론에서 많이 하는데, 본인이 알기로는 세계 3대 라는 말을 할 만한 인명사전으로 짐작이 가는 것들은 있으나, 3대라는 것을 공인해 줄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요.... 모두 비슷 비슷한 성격의 인명사전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구자들과 언론, 특히 각 대학과 연구소 병원등의 홍보실 담당자에게 당부하고 싶은것은, 더 이상 세계인명사전 등재를 자랑거리로 기사화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과, IBC에서 무슨무슨 Award, 특히나 세계 100대 과학자, 세계 100대 교육자, 등의 세계 100대 라는 말이 나오는 상은 절대 받지 말기를 당부한다. 이 상은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상이고, 상을 받을 때 내가 내 전공 분야의 세계 100대 과학자는 될 지언정, 과학분야를 통털어, 교육자를 통털어 전 세계 100대 인물이 과연 합당한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듯 하다.

세계인명사전과 허영심 마케팅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페이지들을 읽어 보시라.. (영어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Wikipedia 의 Marquis Who's Who 페이지
Wikipedia 의 국제인명센터 (IBC) 페이지

허영심 마케팅에 이용당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 두가지는
1. 돈 내라고 하면 무조건 한 번 의심해 봄 (돈이 아깝지 않으면 ok....)
2. 내가 자격이 있나 생각해 봄 (특히 세계 100대 어쩌구 저쩌구와 세계 2000대 어쩌구.....)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는 일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등재되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와 업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랑스러워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Marquis Who's Who 시리즈 중 110년이 넘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Marquis Who's Who in America (1899년 부터) 는 인터넷 혁명 이전의 출판문화 시대에 분명 미국의 지도자들과 각 분야의 선구자들의 인명록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였을지도 모른다. (인용: Marquis states in the Preface that Who's Who in America, "endeavors to profile the leaders of American society; those men and women who are influencing their nation's development.)

그러나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처음 듣는 노래가 마음에 들면, 그 음악을 아이폰으로 녹음해서 Shazam 이나 SoundHound (음악을 들려주면 노래를 찾아주는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에 물어보면 5초만에 노래 제목과 가수를 알려주고, 인터넷에서 가수 이름을 쳐 보면 가수의 전 생애와 히트송 뮤직비디오, 네티즌의 UCC 리믹스 까지 섭렵하는 시대이다. (아래 이미지 참조)

(이미지 출처: http://i.imgur.com/UxShq.png)

하물며, 새로운 연구 결과로 이름이 한줄이라도 기사화 된 사람, 또는 논문 한 쪽이라도 출판한 사람은 이제 구글신의 힘을 피해갈 수가 없다. 고급 가죽으로 제본되어 출판되는 세계인명사전, 즉 Who's Who in the World 는 이제 그 의미가 쇠퇴할데로 쇠퇴하여 더이상 인명사전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Marquis 사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누가 사용을 하는지...) 이러한 세태의 변화로 뉴욕타임즈는 Who's Who in America 를 도서관 사서들의 잡지라 했던가.. (인용: The New York Times referred to the 60th edition of Who's Who in America as "a librarian's Vanity Fair".)

참고: Hamilton, William, L., "Who Are You? Why Are You Here?", The New York Times, November 13, 2005, Available online

앞으로 세계인명사전 등재 기사와 세계 100대 뿅뿅뿅 수상 기사를 보시면, 어머! 기자도 홍보 담당자도 수상자도 순진하셔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잠깐.. 수상자는 죄가 없다. 최소한 그가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자랑스러워할만 하다. 등재되지 않은 수십억의 사람들보다야 훨씬 훌륭한 일을 했으니까..

Marquqis Who's Who 인명사전 등재 과정에 대하여 궁금하신 분은 Ikarus 님의 블로그 : "세계 인명사전의 허상과 실체" 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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