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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웹로그

모터사이클 사고의 기억

by fermi 2008. 6. 21.

아래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안전에 대한 글을 적고 나서 생각해 보니,
본인 과거에 자동차 운전중 모터사이클을 들이받은 기억이 있다.
운전중 발생한 폭력은 아니었으니 안심하라..

약 두해 전에 본인은 신촌의 Y대학 ㄱ학과에 투입되어 대규모 국책프로젝트 컨소시엄 제안 작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연이은 밤샘 작업으로 피로누적에,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오전에 귀가하던 중 올림픽대로에서 그만 잠시 졸음을 참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신촌에서 출발하여 (아마) 목동에 들러 아침을 먹고 올림픽대로에 진입하여 잠실방향으로 주행중이었다. 출근시간이 약간 지났지만, 당시 도로에는 차량이 약간 많은 상태라 주행속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주행중 며칠간의 피로 누적에 배까지 부르니 졸음을 그만 참지 못한 것이다. 운전중 쿵하는 소리에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깜빡 졸다가 눈을 뜨고 있었고, 눈 앞에는 125cc 오토바이 한대가 휘청 휘청 거리며 뽈뽈뽈 가다가 출구쪽 램프와 주행로 사이의 안전지대로 진입하여 정차하는 것이 아닌가.
정황상 나는 그 모터사이클을 뒤에서 받은 것이었고, 다행히 모터사이클 운전자는 넘어지지 않고 휘청거리다 중심을 잡고 정차한 것.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얼른 모터사이클 뒤 안전지대에 차량을 세우고 비상등을 켜서 안전을 확보한 후 달려가서 운전자를 살피었다. 워낙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운전자의 부상을 살피는데 의외로 이분 너무 멀쩡하시다. 나이가 지긋하신 것이 베테랑 퀵서비스 기사님이신 것이다. 아마 남다른 운전실력으로 그 충격을 견뎌내고 정차하신것으로 보였으나, 사실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정신이 몽롱해서 얼떨떨했었다. 피해 운전자가 넘어지지 않고 정차를 한 덕분에 사고가 격미하긴 하였으나, 100%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을 위해서 처리방법의 논의하던 중 피해 운전자는 의외로 사고 신고나, 추후 견적등의 절차에는 관심이 없고 그자리에서 현금을 받기를 원하였다.
아뿔사..... 평소 현금보다는 카드위주의 소비생활을 하는 나로써는 오전 귀가길에 지갑에 현금이 있을리 만무했다. 하지만 혹시나 모를까 하고 지갑에 있던 상품권을 보여드리자 흔쾌히 현금을 대신하여 상품권을 받아서 자리를 떠나시는 피해 운전자..
온화한 성격의 피해 운전자 덕분에 실수를 하고도 사고가 쉽게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하고 귀가를 위해서 올림픽대로를 다시 주행하던 중, 머리속에는 피해 운전자의 태도가 무척이나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후, 나는 올림픽대로가 이륜차 출입 금지의 자동차 전용도로 라는 사실이 생각났고, 피해 운전자는 아마도 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분이라 이 사실을 잘 알고도 생업을 위해서 도로에 진입했으리라....
또한 사고 이전에 도로 진입이 불법임을 감안하여 나에게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지 못한것으로 생각된다.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어느날 아침에 벌어진 일이었다....

ps. 참.. 이거 업무로 인한 과로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데, 산재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에는 고용주에게 사고보고조차 하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